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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란 Jun 02. 2022

나의 고양이에게

네가 떠난 지, 1주일.

여전히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무너져내리는 것 같다.

습관적으로 너의 이름을 부르고, 너를 떠올리고, 네 냄새와 네 목소리를 생각해.


그런데도 조금씩 괜찮아져.

네가 떠나고 처음엔 목구멍에서 슬픔이 찰랑거리더라.

아주 작은 자극에도 그 슬픔은 기어코 목 위로 올라오고 말았어.

하루이틀이 지나자 슬픔이 명치로 내려간 느낌이었어.

숨을 쉴 때마다 슬픔을 타고 넘어야 해서, 계속 한숨이 나왔어.

지금은 배가 좀 아파.

단단해진 슬픔이 배 어딘가에 박혀 있는 것만 같아.


그래도 이렇게 점점 슬픔이 내려가고 있는 걸 보니, 곧 나는 아무렇지도 않아질 건가 봐.

매일매일 너를 떠올리지만, 그 횟수도 빈도도 점점 줄게 되겠지.

그럼에도 사랑은 남을 거야.

그게 어떻게 사라지겠어.


형아가 며칠 전에 그러더라.

고양이 별에서도 필요한 걸 사려면 뭔가를 내놔야 하지 않겠냐고.

아마 여기서 받은 사랑을 그곳에서 코인처럼 쓸 수 있을 거라고.

우리는 그것을 키티코인이라고 부르기로 했고, 너는 아마도 키티코인 떼부자일 거야.

아무리 써도 그 코인은 바닥 나지 않겠지.

내가, 우리가 너를 계속계속 사랑할 거니까.

아마 그곳에는 너처럼 많은 사랑을 받지 못한 고양이들도 많을 거야.

그 고양이들에게 너의 키티코인을 마음껏 나눠주도록 해.

아무리 나눠줘도 너는 계속 고양이 별 최고 부자 중 하나일 테니까.


우리는 매일 이런 엉뚱한 상상들을 하나씩 뱉어.

그러고 나야 마음이 조금 나아지거든.

정말 네가 즐겁게 지내고 있을 거라고 상상할 수 있거든.


나를 기다리지 마.

너는 그냥,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즐겁고 싶은 대로 다 해.

그래야 너 같지. 나 기다리는 건 니 성격에 안 맞아.


사랑하는 내 고양이 팝아.

오늘도 난 잘 살 거야.

너의 오늘 모험도 즐겁고 기쁘길 바라.


그거 알아?

너랑 나랑 처음 만난 게 2010년 지방선거였어.

그리고 어제가 딱 12년째 되는 날이었거든.

그냥 그렇다고. 그 기념일을 너 없이 나 혼자 보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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