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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란 Jun 08. 2022

나의 고양이에게

긴 꿈을 꾼 것 같다.

그 꿈속에서 나는 '롤리팝'이라는 이름의 하얀 고양이와 함께였다.

나는 그 고양이를 아낌없이 사랑했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주고 싶었다.


꿈에서 깼을 때, 그 고양이가 내 옆에 없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매일 아침, 잠에서 깨며 나는 롤리팝이 더이상은 내 옆에 없다는 걸 되새긴다.


불과 2주 전만 해도 내 옆에 늘 붙어 있던 존재가 어떻게 이렇게 감쪽같이 사라질 수 있는 것일까.

무려 12년이었다.

그중 3년은 24시간을 붙어 있었다.

이게 꿈이 아니라면, 대체 무얼까.


꿈이 아니었다는 게 곧 실감 나게 될 거다.

팝이 대신 유골함이 내게 올 거고, 팝이가 한 번도 쓰지 못한 도도해 커스텀 식기가 도착할 거다.

팝이 얼굴과 이름까지 새겨넣은 그 식기가 오는 날, 울지 않을 수 있을까.


며칠 괜찮더니, 오늘 유독 팝이가 많이 생각 났다.

남편도 오늘 문득 가슴 한구석이 쿡쿡 쑤시는 것 같았다고 했다.


리온이는 괜찮은 걸까.

우리는 리온이가 팝이의 빈자리를 눈치채고 슬퍼할까 봐, 최대한 온이와 붙어 있는다.

12년을 치고 박고 한 고양이의 부재를 느끼지 않길 바라며, 온이를 최대한 끌어안고 쓰다듬는다.


내가 리온이를 예뻐하는 걸 유독 질투했던 우리 팝이.

보고 있어?

지금 온이만 이렇게 온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어.

그런데도 내 마음은 하루에도 몇 번씩 오직 너만 향해.

그래서 온이에게 여전히 미안해.


하늘이 모두에게 일정량의 생명을 준다면, 온이의 삶이 너보다 길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단 한번은 온이도 오롯한 사랑을 받아봐야 하잖아.

그런데도 그 사랑이 너의 부재 때문이라는 게, 나는 못내 미안해.

그리고 계속 네가 그리워, 팝아. 

너에게 줄 사랑이 아직도 충분히 많이 남아 있는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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