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양이 롤리팝이 떠난 뒤 벌써 3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오늘 나는 롤리팝의 사망진단서, 화장확인서, 그동안의 건강 기록 등을 정리해야 했다.
롤리팝의 유골을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가져가기 위해서다.
팝이는 내가 평생 기억하고 가볼 수 있는 곳에 묻힐 예정이다.
12년이란 시간이 우리에게는 너무 짧았다.
난 롤리팝과 적어도 20년은 함께 살 줄 알았다.
하지만 지난 2년간의 병원 기록은 나의 그런 기대가 사실은 헛된 것이었음을 보여주기 충분했다.
지난 2년, 아니 1년 반 동안의 진료 기록을 모두 뽑으면 책 한 권이 될 것 같다고 선생님은 말했다.
그래서 검역소에서 알아볼 수 있을 만한 한 장짜리 페이퍼로 정리했다고.
1년 반 동안 롤리팝의 피 검사 내역은 무려 22장이었다.
피 검사를 한 번 할 때마다 2-3장의 종이에 결과가 쓰여졌다고 해도 최소 7번, 최대 10번의 검사가 있었다는 말이다.
그 검사지를 정리하는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롤리팝이 떠난 뒤 많은 위로의 말을 받았다.
언젠가 다시 만날 거란 말, 고양이별의 하루는 인간의 몇 년이라더라... 그런 말들은 사실 하나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죽어서까지 누군가를 기다려야 하는 삶은 우리 팝이의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
불교의 말처럼 환생이 있고 내세가 있다면, 나는 팝이가 누군가의 고양이로 혹은 자신이 되고 싶은 무언가로 태어나 더 많은 사랑을 받으며 하고 싶은 거 다 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나는 천주교지만, 죽어서 하느님의 나라로 간다는 말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하느님의 나라는 이미 인구 과잉일 거고 피곤할 거 같다.
고양이별의 하루는 인간의 몇 년이라는 말은 참 어이가 없다.
이거야말로 그냥 누군가의 상실을 위로하기 위해 만든 판타지 아닌가.
아니, 사실 내가 가장 많이 의지한 게 그 판타지다.
나와 남편은, 그리고 나보다 몇 년 일찍 반려묘를 떠나보낸 친구는 함께 우리만의 고양이별을 창조해냈다.
그곳에서 팝이는 행복하고 즐겁게 지내고 있다.
그러다가 마음의 준비가 되면 언제든지 다시 태어나면 되는 거다.
그렇게 생각할 때 가장 마음이 편하다.
롤리팝이란 고양이는 나와 내 남편만 평생 기억할 테니, 그걸로도 팝이는 충분하지 않을까, 나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런데 만약 정말 만약 환생이란 게 있어서 네가 다시 태어난다면, 내가 꼭 알아보고 싶다.
나는 나의 둘째 고양이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다른 고양이를 입양할 생각이 전혀 없지만, 혹시 내가 팝이를 알아보지 못할까 봐 팝이가 세상을 떠난 무렵부터 새로 태어난 고양이들을 유심히 보고 있다.
놓치면 안 되니까. 내 팝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