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은 아니지만
캐나다에 온 이후부터 더더욱 영양제를 잘 챙겨 먹으려고 하고 있다.
(나이가 들었기 때문이다.)
그 전에는 영양제를 잘 삼키지 못하고 가끔 영양제 때문에 속이 더부룩해진다는 이유로 늘 사놓고 어딘가에 처박아뒀는데, 이제는 아예 식탁 위에 올려두고 점심 때마다 먹는다.
작은 사이즈의 알약을 찾거나, 젤리로 된 걸 먹다 보니 먹을 만하다.
잘 챙겨먹다 보니 성분도 좀 따져보게 되었는데... 그러다 보니 너무 피곤해져서 그냥 먹기 편한 것 위주로 산다. 안 먹는 거보단 낫겠지 하는 마음이다.
그럼에도 꼼꼼이 챙기는 게 있었는데, 오메가에 크릴오일이 들어갔는지 여부다.
아시는가.
대한민국의 크릴 어업량은 세계 최대 규모라는 것을...
그리고 크릴은 남극의 동물들이 먹고 사는 주 먹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남극 동물 밥을 뺏어 먹으면서 건강을 챙기고 있다는 거다.
남극의 펭귄, 물개, 고래가 사라지고 있는 이유는 기후변화 때문도 있지만 크릴양이 줄었기 때문도 있다.
피시오일, 그러니까 어유보다 크릴오일이 더 몸에 흡수가 빠르다는 연구 결과는 알고 있지만, 오메가를 먹지 않고도 잘 살던 때가 있었다.
언제부터 우리가 크릴오일을 먹었다고...
그리고 찾아보면 비건 오메가도 있다.
비건은 아니지만, 동물 밥까지 뺏어먹으면서 오래 살 생각은 없다.
요즘은 연어도 먹지 않는다.
기후변화 때문에 연어의 회귀 시즌이 전세계적으로 늦어지고 있다.
심지어 연어의 개체수도 예전에 비해 턱없이 줄었다고 한다.
연어는 가을철 곰들의 주요 에너지원이다.
생태계는 모든 게 순환되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연어가 사라지면 수많은 곰들이 사라질 것이다.
곰은 숲을 지키는 중요한 동물이다. 결국 연어가 숲까지 사라지게 만든다.
좋아하는 다른 음식도 많은데, 굳이 곰 밥까지 뺏어먹고 싶지는 않다.
언제부터 내가 연어를 먹고 살았다고...
물론,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연어들의 많은 수는 양식 연어다.
연어는 대부분 가두리 양식이 아니라 오픈 형태로 양식을 하는데 이게 생태계 오염에 큰 영향을 끼친다.
전세계적으로 연어 양식장이 없어지는 추세이기도 하다.
캐나다에서는 연어 양식장에 바이러스가 돌아서 양식 연어에서 이상한 점들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인간의 이기는 결국 비극을 만든다.
가끔 남극과 북극 동물들의 사진을 찾아본다.
남극과 북극이라고 하면 나와는 너무 동떨어진 지역인 것 같지만 이곳의 환경 파괴는 서서히 내가 있는 곳으로 올 것이다.
올해 한국에서 많은 피해를 남긴 집중호우와 폭염은 북극해의 해빙이 녹고 북극의 대기가 정체된 것에서 시작되었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마음으로 더는 손 놓고 있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