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하지 않는 동안, 나는 내 두 번째 고양이마저 떠나보냈다.
첫 번째 고양이가 떠난 지 정확히 1년 되는 때였다.
그냥 내가 다 잘못한 것 같아서...
그 시기를 복기하는 것도 너무 힘들지만...
남편의 직장 동료가 한 달만 자기 고양이를 맡아달라고 했을 때 덥석 그러겠다고 한 것이 나를 내내 괴롭힌다.
남편 직장 동료의 고양이는 한 달 내내 남편의 방에서 혼자 지내며 밥을 주고 화장실을 치워주는 나에게 끊임없이 하악질을 하고 공격성을 보였고, 당연히 리온이와 같이 지내는 것도 불가했다.
그리고 그 녀석이 떠날 때쯤부터 리온이는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아 먹이자 금새 괜찮아졌다.
건강검진에서도 이상이 없었으니까, 일시적인 거라고 생각하고 나와 남편은 예정대로 3주 일정으로 한국에 갔다.
리온이는 반려동물이 없는 다정한 친구 둘이 맡아주었다.
그 집에서 리온이는 잘 지냈지만, 구토를 다시 시작했고 하루 한두 번 구토는 이어졌다.
밴쿠버로 돌아와서 그때부터 리온이를 데리고 계속 병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복부초음파 검사에서 위암이 의심된다고 했을 때 마음이 얼마나 철렁 내려앉았던가.
내시경을 하니 다행히 위암은 아닌 것 같고 IBD가 심한 것 같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 후 6개월 간, 리온이는 약에 따라 괜찮아졌다 심해졌다 변비가 왔다를 반복하다가 떠나기 얼마 전부터는 아예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먹는 내내 구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주 날이 예쁘던 날, 하늘이 반짝반짝 하던 날, 테라스에서 봄바람을 맞으며 눈을 감았다.
내가 남편 동료의 고양이를 맡아주지 않았다면...
내가 한국에 가는 걸 취소하고 좀더 리온이에게 집중했다면...
병원에서 약을 바꾸자고 할 때 싫다고 그냥 지금 이 약으로 계속 먹여보겠다고 했다면...
리온이에게는 If가 너무 많이 따라다녀, 나를 여전히 괴롭힌다.
엉킨 털을 잘못 빗겨 털이 한웅큼 빠질 때도 아픈 내색 하나 없이 골골대던 내 왕 크고 왕 소중한 고양이.
팝이를 떠나보냈을 땐, 슬픔이 확 나를 덮쳤다가 서서히 조금씩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아마 리온이가 있어서 그랬을 거다. 나는 리온이를 지켜야 한다고 계속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리온이를 보낸 후에는 그냥 거대한 슬픔 속에 살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 슬픔에 익숙해져서 아무렇지 않은 보통날을 살다가 문득문득 그 슬픔을 깨닫는 날들.
다행히 지금은 조금씩 그 슬픔의 크기가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오늘은 온이 서류를 받기 위해 동물병원에 메일을 보내야 했다.
아직 한국에 갈 계획은 없지만, 언제고 온이를 한국에 데려가 팝이 옆에 묻어줘야 하기 때문에 올해가 가기 전에 병원의 파일을 받아놓기 위해서였다.
팝이 때 요청한 게 뭐뭐였는지 기억이 안 나서 메일을 뒤지다가,
팝이가 떠난 날 동물병원 선생님이 '팝이가 많이 떤다면서요'라고 보낸 메일과 그후 쏟아진 '온이 결과입니다'라는 수많은 메일을 보며 줄어든 줄 알았던 슬픔이 다시 몰아쳐왔다.
나는 팝이가 나와 행복했을 거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온이는 떠나보낼 때까지 내가 리온이라는 고양이에 대해 잘 몰랐던 것 같아서 그 마음을 제대로 읽어주지 못한 거 같아서 이렇게 떠올릴 때마다 후회와 온갖 가정이 밀려든다.
내가 온이 덕에 행복하고 든든했던 만큼 부디 리온이도 그랬기를, 내가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한다는 걸 부디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밖에 도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