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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준규 Feb 05. 2022

스토익에 대한 저항

SENECA, MORAL LETTERS, 28.7

DON'T SEEK OUT STRIFE

"I don't agree with those who plunge headlong into the middle of the flood and who, accepting a turbulent life, struggle daily in great spirit with difficult circumstances. The wise person will endure that, but won't choose it - choosing to be at peace, rather than at war."

SENECA, MORAL LETTERS, 28.7


본문 요약

1. 나는 범람한 물 한가운데 뛰어드는, 그런 사람들에게 동의하지 않는다.

2. 삶이란 요동치는 것임을 알면서, 위대한 정신으로, 매일매일 그 격변의 난관에 부딪히는 사람들 말이다.

3. 현명한 사람은 운명을 선택하지 않고 감내한다. 그것이 전쟁보다 평화가 될 지라도




미안한데요 세네카 할아버지, 저는 평화를 선택하겠어요

오늘은 세네카 할아버지가 꼰대로 보이는 날이다. 아무리 던져진 주사위의 수는 정해져 있다 한들, 시간의 힘을 버프로 받아 지구 건너편 태풍을 일으키고 마는, 나비의 날갯짓이 뭔지 보여주겠다.


스토익이 본래 통제, 절제, 금욕과 운명을 수용하는 철학이라 하더라도, 오늘의 본문은 마음을 열고 받아들일 수 없다. 마음의 균형이 치우쳐지는 글이라고 할까?


이런 기분이 드는 이유는 알을 깨고 나가야 할 시간에 접어들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직 깨지고 서지더라도, 자연치유가 되어 더 단단해지는 나이이기에, 오늘은 스토익에 저항해보겠다.


오늘만큼은 스토익을 거부하고, 김영남 회장님처럼 열정을 외치고 싶다!


라이언 홀리데이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면'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도 좋다고 보충하면서, 세네카의 말을 적당히 합리화시키기는 했지만, 결국 오늘도 세네카의 말에 힘을 보탰다.


물론 나도 나이가 들면 누구보다 자연스럽게 세네카의 편에 설 것이다. 그러나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은 결국 자신을 태워 세상을 밝혔던 사람들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가짜 운명에 저항하는 그 자체가 나의 진짜 운명일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이 기분에 가장 적합한 시 한 편이 떠올라 적어본다. 인터스텔라에 나왔던, 딜런 토마스의 시다.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Old age should burn and rave at close of day.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Though wise men at their end know dark is right.
Because their words had forked no lightning they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Good men, the last wave by, crying how bright
Their frail deeds might have danced in a green bay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Wild men who caught and sang the sun in flight,
And learn, too late, they grived it on its way,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Grave men, near death, who see with blinding sigh
Blind eyes could blaze like meteors and be gay,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And you, my father, there on the sad height,
Curse, bless, me now with your fierce tears, I pary.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참 많은 것이 와닿는 시다.


이 시는 인터스텔라를 통해 처음 접했는데, 당시에는 이 시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오늘에서야 뽝! 나의 삶을 연결시킬 수 있게 되었다.

순순히 어둠을 받아들이지 말자!


특히 오늘은 이 시의 한 문장이 더 눈에 들어온다.

마치 누릴 것은 다 누리고 은퇴 후에 스토아 적 삶을 외친 세네카를 이야기하는 것 같다.


지혜로운 자들은 마지막이 되어서야 어둠이 합당한 것을 알지만 그들의 말은 더 이상 번개처럼 밝지 않다!




마지막으로, 오늘은 스토익에 저항하는 의미로 책 한 권을 주문하였다.

셰익스피어 - 말괄량이 길들이기


갑자기 왠 셰익스피어 이냐 싶겠냐마는, 셰익스피어는 스토익의 무감각함, 즉 수도원 생활 등의 이상을 좇는 모습이 비꼬면서 <말괄량이 길들이기>에 이러한 구절을 적었다고 한다. "나리, 그 미덕이라든가, 도덕의 수행이란 것이 좋기는 하지만 제발 저 스토익이니 스토크니 하는 것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주문한 책이 도착하면 직접 그 구절을 직접 확인하며, 다시 한번 스토익에 대한 저항의 글을 쓰고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겠다.


스토익도 좋지만 균형을 얻기 위해 저무는 하늘에 소리치고 저항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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