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가 되고 싶은 극 P 의 계획 여정
나는 현재 아버지, 어머니, 형과 함께 협동양산에서 우산장사를 한다. 부모님과 함께 이곳에 내가 들어온 계기에 대해서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때는 2020년 6월, 퇴사와 함께 먼저 이런 생각을 했다. '양적완화 시기에 맞게 지금은 투자에 집중하고, 이후 내 사업을 준비해보자.' 다시 생각해도 적절한 계획이었다. 힘들게 퇴사하고 밖으로 나와(정말 퇴사 한번 하기가 미치도록 힘들었다.) 또 월급 받는 직장생활을 할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퇴사를 기념하며 전국으로 등산을 다니던 때, 영남알프스에서 어머니의 전화 한 통을 받았고 그때부터 모든 계획은 수정되었다.
부장님 아파서 내일부터 못 나오니까, 네가 올라와서 일 좀 도와라.
아직도 기억하는 그 통화의 장소는 천황산의 중턱 바위무덤 위였다. 그날 천황산 정상과 재약산 연계산행 후 무사히 하산했지만, 계획했던 영남알프스 9봉 중 7봉은 스치지도 못한 채 다음 날 아침, 서울 길에 올랐다.
부장님은 약 10여 년간 우리 가게에서 일해주셨던 분이다. ('부장'이라는 직급은 연차를 보여주는 것이지, 이 작은 가게에 어떤 부서라던가 다른 부서원은 없다.) 나는 어려서부터 일이 많을 때면 새벽에도 창고 혹은 가게에 나가 우산 일을 도왔기에, 부장님과 보낸 시간이 생각보다 많다. 부장님은 내가 가게에 나타날 때면 이런 얘기를 하고는 했다. '알바생 온다더니 사장 아들이 오면 일시켜먹기는 글렀네!' 10년의 시간을 가족이나 친구가 아닌, 직장 동료로 함께 한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한 번은 일본여행도 함께할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부장님의 건강이 갑자기 많이 안 좋아지셨다. 어떻게 나의 퇴사 시기와 맞추어 딱 그 자리를 떠나셨는지 몰라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부장님의 명복을 빌어주는 것뿐이다.
그렇게 부장님 빈자리를 채우는 식으로 우산일을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내가 협동양산이 사업체로써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의 어디쯤 위치한지도 모르고, 별의별 일을 다 시도했다.. 서울창업허브에서 수출용 동영상을 지원받는다거나(수출하지 못했다), 지인을 통해서 대형 유튜브 굿즈 우산을 만들거나(진행되지 않았다), 판촉물용 우산을 온라인 소매 판매하려고(판촉물과 온라인 소매판매는 결이 맞지 않다.) 밤새며 상세페이지를 제작하는 등 말이다.
그렇게 나의 퇴사 후 원대한 계획에 쓰일 에너지는, 미숙한 창업으로 흘러가 비효율적으로 사용되었는데, 그래도 결과물이 나왔으니 그 향기는 남았다고 할 수 있겠다. 결과물 몇 가지를 아래에 소개해보겠다.
아버지가 회장님이라 부르는 한 지인분의 브랜드를 계약하여 만든 초경량 카본 골프우산이다.
지인을 통해 목업으로 제작, 소품으로 촬영되었고 판매용 우산은 중국에서 별도 제작하셨다.
우산 소매판매를 위해 만든 스마트 스토어
물론 잘한 일도 있다. 가게의 너무 오래된 근무환경을 개선(깨진 창문과 화장실 수리, 쌓여있는 재고 정리, 창고 정리, 화장실 수리, 작업동선 변경 등)하였고, 박스를 제작하여 판매하고 있다. 잘한 일 중에서는 사무실 수리를 대표 사진으로 넘기고 이 게시물을 마쳐본다.
오늘 나는 비록 무산될지어도 또다시 계획을 세우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