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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규 Jun 01. 2018

<검법남녀>, 뭐하는 드라만데?

Drama Review, MBC <검법남녀>


“요즘 드라마 뭐 봐요?”


"<검법남녀>. 의외의 장소에서 더 큰 충격을 받다. "

    

검색어 순위에 하루 종일 올라있더니, 밥 먹는데 <검법남녀> 얘기가 나왔다. 드라마 자체를 안 본 지도 오래고 잦은 술 약속 때문에 굳이 밤 10시 TV 앞에 앉아 있을 이유도 없었다. “요즘 뭐 드라마 재미있는 거 있어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드라마는 잘 안보죠. 예능 봐요”라는 대답과 함께 대화는 1분을 채 못 간다. “MBC가 드라마 왕국 아닌가?”라는 물음에는 “그것도 옛날 얘기지 공중파 드라마는 걸러요. 그냥.”이라고 답한다. 요즘 청춘에게 60분이라는 시간을 내라는 것은 쉬운 얘기가 아니다. 공감 사는 콘텐츠로 내 청춘을 위로하기도 바쁜데 장르물이라니. 예능보다 못한 시청률에 금수저 검사님이 나오는 드라마. 내 시간을 할애하기 아깝다고 생각했다. 아직 그 생각이 바뀌지는 않았지만 ‘한번 봐줄게’가 ‘이건 봐야 돼’로 바뀌는 건 찰나이다. 그렇게 생각지도 못한 드라마에서 재미를 느낀다.



굳이(?) 봐야 되는 이유가 뭔데?


"굳이라... 답은 간단하다. 재미있으니까. "     


나 역시 궁금했다. 그리고 우려했다. 수사물은 내가 보던 MBC 드라마의 것이 아니었고, 그 무거운 분위기가 싫었다. 게다가 영화에서나 보던 정재영 주연이라니. 못 웃기는 드라마는 보고 싶지 않은데, 게다가 여자 주인공은 정유미. 둘이 밸런스가 맞나? 32부작을 스토리 라인 하나로 억지로 끌고 가는 건 아닌가. 뜬금포 멜로라도 나오면 질색인데. 괜한 걱정을 했다. 8화까지 본 시점에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생각들이다.


그래서 뭐가 재미있냐고


<검법남녀 영상 리뷰>,  MBC 드라마를 뒤흔들어 놓다. 


첫 번째드라마의 호흡이 꽤나 좋다적절하게 유머 코드를 심어놨고 무작정 웃기려고만 하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탄탄한 에피소드들의 흐림이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실제 민지은 작가의 지인이 법의학자라서 취재의 수준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연출로 풀어내는 리얼함은 화룡점정이다. 극본과 연출이 열일을 하니 재미없을 수가 없다. 덕분에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드라마를 편하게 볼 수 있다.


두 번째캐릭터들의 케미가 좋다완벽한 공조를 이룬다고 말하는 드라마지만, 정작 두 주인공은 이를 거부한다. 편 가르기를 하지 않고, 뚜렷한 권선징악도 없으며 진실만을 파헤친다. 감정에 치우치고, 미드를 교훈 삼아, 직감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은솔. 혓바닥에 사포를 달았나 싶은 아직 총각인지 아저씨인지 모르는 백범. 처음에는 백범에게 일방적으로 혼나기만 하던 은솔이지만 점차 성장해 가면서 그 재미를 더한다. 연애를 할 때 가장 설레는 시기가 썸(?) 탈 때라고 하던가. 공조인 듯, 공조 아닌, 공조 같은 둘의 *티키타카가 이 드라마가 재미있는 두 번째 이유이다. 

*티키타카 : 패스를 통해 경기를 풀어내는 축구용어로 주로 호흡이 좋은 대화나 장면을 묘사할 때 쓰인다.


세 번째, 3막 구조의 깔끔한 전개. 사건이 일어나고, 재판 과정에서 위기를 겪으며, 의외의 반전을 통해 진범을 찾는다. 한 편 한 편의 에피소드들의 기승전결이 확실하다. 다소 예상 가능한 결말 때문에 장편 드라마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기법이지만, 이 드라마는 과감히 영화의 기법을 택했다. 백범은 *코난병에 걸린 은솔과 시청자들에게 매번 틀렸다고 말한다. <검법남녀>의 반전 때문에 결말은 희극도 아니고 비극도 아니다. 누군가는 울고 누군가는 웃지만, 충격적인 결말에 해석하는 재미가 있다. 모든 에피소드의 분량 조절이 적절하고, 새로운 반전이 매 회차 나타난다. 은솔의 성장과 백범의 트라우마라는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 속에 탄탄한 에피소드들이 있고, 때문에 흐름이 진부하지 않다.


*코난병 : 드라마나 영화를 시청하는 시청자가 미리 극의 결말을 예측하는 현상. 또는 그러한 성격.


깔게(?) 없는 드라마네요? 
 

그건 또 아니다. 이미 많은 시청자들이 <검법남녀>를 비판하고 있다. 1회부터 정유미의 연기력 논란이 있었다. 정유미의 연기력이 문제가 아니라 은솔이라는 캐릭터를 발암(?)캐릭터로 만든 극본의 탓이라고 생각했다. 촉으로 수사하는 사법연수원 수석검사는 보는 이의 몰입을 깨트린다. 이 피드백을 충분히 반영한 탓인지 캐릭터의 색깔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첫 번째 에피소드의 논란을 의식하기라도 한 듯, 두 번째 에피소드부터 적극적으로 증거를 찾는 은솔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더불어, 금수저를 자진 반납한 은솔의 모습을 통해 더 극적인 성장을 꽤 하려는 듯하다.


또 하나 불편한 것은 솔솔 나기 시작한 갑작스러운 로맨스 냄새이다. 물론 호불호의 차이겠지만, 무근본 로맨스는 지양한다. 두 배우의 나이 차이를 고려해서라도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팬심인가...) 애당초 작가가 로맨틱 코미디를 하려고 했다지만 억지로 끼워 넣은 로맨스가 극의 재미를 더할지는 의문이다. 


잘 만든 법의학 드라마에 발암 검사 뿌리기라는 말도 있었고, 갑작스러운 로맨스 냄새에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드라마에서 재미를 찾은 건 사실이다. 친절한 추리가 함께하니 가벼운 마음으로 봐도 괜찮은 드라마이다. 관심이 없으면 비난도 없는 법. 천천히 오르고 있는 시청률에 편승해도 무리가 없는 그런 드라마. <검법남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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