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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산어보

by Kyuwan Kim

'사도', '동주', '박열'을 만든 이준익감독의 '자산어보'를 보았다. 서학에 관심을 가졌다는 이유로 귀양길에 오른 정약전, 정약용 형제가 시대를 견디며 살아남는 19세기 조선을 배경으로, 흑산도로 유배된 정약전이 섬의 총명한 청년어부인 창대를 만나 섬의 새와 물고기에 관한 책, 자산어보를 완성해가는 이야기다. 성리학적인 세계관의 한계를 인식하고 기하, 수리학 등의 서학에 관심을 갖는 근대적인 지식인 정약전과 글을 배워 입신양명하고자하는 서자 출신 창대의 밀고 당기는 관계가 객석에 때론 극적 긴장감을, 때론 웃음을 선사하며 쫀쫀한 영화적 재미를 만들어 낸다. 우여곡절 끝에 입신에 성공한 창대는 조선후기의 혹독한 세정을 목격하며 부패한 시대를 온몸으로 마주하는데... 모처럼 보는 흑백화면에 담긴 남도의 자연과, 신분에 상관없이 품위를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처연하게 아름답다. 단정하게 쓰여진 한자들과 한시의 멋도 새롭게 신선했는데, 책을 집필하다 최후를 맞이하는 정약전의 모습을 통해 영화는, 먼저 책을 읽은 사람의 도리와 역할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그는 1816년 신안군 우의도에서 59세의 나이로 사망했다고 한다. 강력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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