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황이 한창이던 1930년대 미국의 세인트루이스를 배경으로, 한 가정 안의 조그마한 이야기를 섬세하게 들려준다. 연극은 원작자인 테네시 윌리암즈의 자전적 요소가 많이 반영되어 있다고 한다. 글쓰기와 예술을 동경하며 늘 현실에서의 탈출을 꿈꾸는 톰, 지나치게 수줍음을 타고 다리를 절며, '유리동물원' 이라는 자신만의 세계에서 위태롭게 버텨나가는 로라, 자식들의 성공과 행운을 바라며 과거에 젖어 사는 미워할 수 없는 어머니 아만다, 그들에게 어느 날, 알 수 없는 행운처럼 톰의 직장동료 짐이 방문하는데... 당시의 세계사적인 분위기를 잘 살리면서 한 가족의 희망과 좌절, 분노를 섬세하게 드러낸 연출과 배우들의 앙상블이 돋보인다. 조명과 음악을 효과적으로 사용했고, 처음엔 너무 젊지않은가 싶었던 아만다역의 김정민배우의 연기가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