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영화

노매드랜드

by Kyuwan Kim

(영화) 노매드랜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불러온 2008년의 세계 금융위기가 영화의 배경이다. 80여년이 넘는 지역의 석고업체가 문을 닫아 실직하고, 남편까지 잃은 여주인공 펀(Fern)은 자발적인 유목민(nomad)이 되어 RV밴 한 대를 이끌고 일자리를 찾아, 혹은 남아있는 인생의 의미를 찾아 전미국을 떠돌게 된다.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길에서 만나거나 헤어지면서 이들은 느슨한 하나의 공동체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아쉬운 물건들을 서로 나누고, 자연을 가까이 하며, 밤하늘의 행성을 함께 관찰하는 모습들은 이들의 경제적인 고난을 잠시 잊게할 만큼 따뜻하다. 영화를 보면서 내내 놀란 점은 이들이 마주한 삶의 현실이 북미의 광대한 대자연을 제외하면, 우리들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었다. 경제위기, 실직,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일상화된 비정규직 일자리, 멈추지 않는 중산층들의 부동산을 향한 욕망... 어떤 장면들은 너무 사실적이어서 마치 다큐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주연에 해당하는 두 배우를 제외하면 실제 노매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캐스팅 했다고 한다. 큰 사건도 없이 담담하게 흘러가는 영화지만, 2021년 이 지구 위에 한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걸 근본에서 성찰하게하는 큰 울림을 주는 영화였다. 여행으로는 거의 가볼 수 없는 미국 중부의 대자연과 그 거대한 황량함은 덤으로 주어지는 볼거리. 주인공 여배우가 낯익다 했더니 파고(Fargo)와 쓰리 빌보드(Three billboards)에 나왔던 그 배우였구나. 스크린에서 정직하게 늙어가는, 조금의 가식도 없는 그녀의 모습도 아름다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