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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하와이상

by Kyuwan Kim

1941년 12월 7일, 일본의 진주만 공습이 있던 날, 하와이 진주만에 있는 '유일한' 일본식 선술집의 하루를 연극은 흥미롭게 재현한다. 전쟁을 피해 하와이로 건너와 억척스럽게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일본 사람들, 일본계 미국인 소령과 사랑을 시작하려는 게이샤 세이코, 그녀를 사랑하는 일본인 스파이 미스터 하와이... 한치앞에 다가온 거대한 비극을 외면한 채, 다양한 인간군상들과 그들의 얽힌 관계가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진주만 공습을 예고하는 미스터 하와이는 고향인 나가사키로 돌아가자고 세이코를 설득하는데, 이는 이들에게 애초에 전쟁의 비극을 피하는 탈출구 따위는 없음을 암시하고 있다. 결국 예정된 비극은 그들을 덮치고... 당시의 시공간에 존재했을 듯한 실감나는 인물묘사와 당대 일본인들의 멘탈리티를 생생하게 보여준 장면들이 인상적이다. 다만, 어쩌면 일본인의 이름으로 공습기에 타고 있었을, 혹은 기존에 하와이에 이주해 있었던 조선인들의 관점이나 목소리가 작품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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