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붉은 낙엽... 창작극인가 했는데 토마스 H. 쿡이 쓴 미국의 추리소설이 원작이다. 추리소설의 극적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원작을 연극으로 섬세하게 잘 풀어내어 120분 내내 줄곧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미국 어느 작은 도시의 외딴 마을에 8살 짜리 소녀 에이미가 실종되는 일이 발생한다. 소녀를 밤 늦게까지 돌보았던 오랜 이웃 오빠인 16세 소년 지미가 의심을 받으면서 극이 시작되는데, 사건의 진실에 접근해 가면 갈수록 서로간의 의심은 증폭되어, 소년을 둘러싼 가족과 이웃간의 인간 관계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고, 더불어 소년의 아버지 에릭의 가족사에 숨겨졌던 비밀까지 드러나는데... 단지 범인을 잡는 추리소설의 틀에서 벗어나 섣불리 선인과 악인을 구별하지 못하게 하는 인간에 대한 작가의 진지한 관심과 탐구가 돋보였다. 잘 짜맞추어진 빈틈없는 각색, 통무대를 상황에 따라 다양한 장면으로 자연스레 활용한 섬세한 연출, 배우들의 연기 모두 수준급!!! 작품의 제목처럼 무대 여기저기에서 뒹구는 붉은낙엽도 그렇고, 작품의 주제도 그렇고, 늦가을 쯤 다시 공연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