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영국여행 중에 Royal Shakespeare Company에서 지하철에 붙여놓은 포스터에 압도된 적이 있었다. 제목도 낯설고 내용도 모르던 작품이었는데, 포스터의 배우가 내뿜는 비극적 카리스마의 아우라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검색해보니 바로 찾을 수 있는 이 스마트한 디지털시대!!) 그 작품을 몇 년전에 NT-Live로 보았고, 오늘 다시 상상만발극장의 공연으로 보았다. 셰익스피어 원작을 현대의 가상국가 '로마'로 설정을 바꾼 공연이었는데, '총리', '민간인 살상', '강경진압' 등의 용어들은 이 극이 단지 가상국가의 허구의 이야기에 불과한 것이 아님을 관객들이 생생하게 느끼게 했다. 뛰어난 로마의 장군이었지만 오만한 소신으로 조국에서 버림받고 돌연 조국에 총끝을 겨누다 결국 비극적 최후를 맞는 이야기는 현재의 극적인 이야기가 되기에 충분했다. 별다른 무대장치 없는 무채색의 무대와, 극장을 둘러싼 원형의 벽에 투사된 영상과 구호들, 관객들을 시민으로 참여시키는 원형의 객석배치 등은 90분 동안 극의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시켰고, 중견배우들의 전체적인 연기의 합도 훌륭했는데, 특히 홍일점으로 등장하여 차분한 카리스마를 보여준 강명주배우가 인상적이었다. 모처럼 좋은 정통 정치극 한 편을 봤다. 1/31일까지 콘텐츠문화광장 스테이지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