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연극

환상회향

by Kyuwan Kim

야나기 무네요시(1889~1961) , 유종열이라는 한국이름도 가지고 있는 일본의 미학자다. '민예'라는 개념을 만들어 일본의 민예운동을 이끌었고 한국의 전통미술 및 공예품에 많은 관심을 가져 1924년 조선에 조선 민속 미술관을 세우기도 하였다. 1923년에 조선총독부 건물을 가린다고 일제가 광화문을 철거하려했을 때 이에 반대하여 이전만 할 수 있도록 했고, 조선 백자의 아름다움을 발견하여 널리 알기기도 하여서 1984년 전두환(!) 정권에서 보관문화훈장을 받기도 했단다.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비애의 미', '길고 가느다란 곡선이 주조를 이루는 선의 예술'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려 했다. 연극 '환상회향'은 이 인물을 중심으로 한, 일제 강점기의 다양한 인간군상을 놀이마당처럼 펼쳐보인다. 무대에는 민족주의자 스승, 열정적으로 나라의 예술품을 지키려는 조선청년, 음악가인 무네요시의 아내 가네코, 조선총독 사이토, 무정부주의자 시인, 전형적인 식민통치의 하수인 등이 어지럽게 등장한다. 연극은 평생 예술적 아름다움(비전)을 추구한 무네요시에 대해 섣불리 판단하지 않지만, 조선의 아름다움을 자기방식 대로 발견하고 알린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가 엄혹한 일제의 식민지 통치체계의 정치논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음은 분명하다. 어쨌든 연극은 '한국적인 아름다움'에 대해 많은 생각 꺼리들을 던져주는데, 그 때와는 사뭇 달라진 오늘의 세계질서 속에서 우리는 이에 대해 어떤 정리된 생각들을 가지고 있을까? 간송 전형필의 책을 찾아서 읽어봐야 겠다... 코로나 4단계라는 여건에서, 연기가 끝나면 바로 마스크를 쓰면서까지 열정적으로 각자의 역할을 소화해 낸 배우들의 노력에 큰 박수를 보낸다. 7/25일까지 여행자극장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