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테 출판사의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는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고전의 반열에 올라선 예술가, 철학자, 사상가, 건축가들의 삶을 한국인 저자들이 정리해, 새로 쓴 책들이다. 50여권이 이미 출간되었는데, 대상이 되는 작가를 좋아하거나, 잘 아는 각계의 전문가들이 필자로 참여하여, 그들이 살았던 삶의 궤적을 따라 직접 답사하고 써 내려간 글들은 그 어떤 잘된 번역서에서도 느끼기 어려웠던 생생한 감정과 해설을 우리의 시각과 목소리로 풍부한 원색사진과 함께 들려 준다. 그중 한 권인, 현역으로 활동 중인 재미 극작가가 쓴 레이먼드 카버(1938~1988)에 관한 책을 읽었다. 소설가 김연수가 번역한 ‘대성당’의 단편들을 읽으면서 알 듯 말 듯 궁금했던 것들이, 작가의 삶을 읽어 나가면서 해결의 실마리 몇 개를 찾은 느낌이 들었다. 가난과 알콜 중독에 시달리며 부침을 거듭한 삶 속에서, 미국 노동계급의 모습을 다양한 단편을 통해 그려냄으로써 미국의 체홉이라는 별명까지 얻게 된 카버의 삶을 미국의 동서부를 넘나들며 추적한 열 꼭지의 글들은 미국문화와 현대 미국문학에 대한 많은 정보와 영감을 준다. 이미 카버의 소설을 읽은 독자나 그의 글을 읽으려는 독자 모두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고, 책 말미에는 카버의 문학을 이해하는 9개의 키워드가 정리되어 있기도 하다. 나는 다음에 읽을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를 마음으로 벌써 정했다. 이제 ‘대성당’을 다시 들춰 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