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백만송이의 사랑

by Kyuwan Kim

'100년의 히트가요'라는 부제로 보아 '가요무대' 풍의 노래들을 늘어놓으며 적절히 기성세대들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통속극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통속적인 것은 맞지만 고선웅연출과 극단 마방진은 짜임새있고 산뜻한 전혀 새로운 음악극을 만들어냈다. 독립운동을 하던 청년이 급히 몸을 피하려다 우연히 마주친 기생과의 인연에서 시작하여 4대까지 이어지는 한 집안의 가족사가 한국 근현대사 100년을 배경으로 전개되는데, 이야기의 흐름은 자연스럽고 음악은 극의 상황과 찰떡처럼 들어맞는다. 대사가 보조적이라 할 만큼 지난 100년간 한국인들이 사랑했던 대중가요가 공연 내내 끊임없이 이어지는데, 그 가요의 범위가 낙화유수, 목포의 눈물, 사의 찬미에서 시작하여 ...... 아파트, 춘천가는 기차, 낭만에 대하여에 이르기까지 지난 세월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주옥같은 장르와 스타일을 종횡무진 넘나들어 공연 내내 객석에서는 공감의 웃음과 박수가 끊이지 않는다. 150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쉬지않고 무대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은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을 거뜬하게 소화한 씩씩하고 재능있는 배우들이다. 각 배우에게 어울리는 곡을 어쩌면 그렇게 잘 골랐는지, 몇몇 곡들은 음반으로 듣는 중이라 해도 속아넘어갈 정도! 철저하게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춘 기획과 선곡, 역사적 배경을 다양한 무대장치로 보여주려고 시도한 점도 좋았고, 전체적인 극의 메시지도 무난했지만, 한국적인 새로운 음악극을 성공적으로 모색하고 만들어낸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한국인이기에 더 깊이 공감하고 뭉클한 감동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음악극! 이어지는 지방공연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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