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비아이 컴퍼니가 해롤드 핀터의 출세작 '관리인'( The caretaker)를 각색하여 '이야기로 만든 □'라는 제목으로 공연했다. 두 형제가 사는 집에 부랑한 노인이 들어오면서 전개되는 각인물들간의 묘한 관계의 변화와 역관계에 촛점을 맞춘 원작의 향기를 느끼려는 관객에게는 다소 서운하게도, 이작품은 원작의 상황과 결말을 철저하게 '지금, 여기'로 바꾸었다. 원작이 사람들 사이의 소통과 관계의 어려움, 인생의 부조리함을 강조했다면, 이 작품은 청년실업, 주택임대 문제 등을 보다 직접적으로 끌여들여 묘사했고, 결말도 사실적이고 다소 통속적인 비극으로 대체했다. 하지만 그 번안이 전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은 이유는 철저히 배역에 몰입한 배우들의 사실적인 연기혼 덕분이다. 상황이 바뀌면서 인물들간에 작용하는 묘한 힘의 변화와 그에 따른 서로간의 배신은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경험하는 것들이고, 과도한 선의가 타인에 의해 오해받거나 악용되는 경우도 우리는 얼마나 자주 경험하는가? 현대의 고전인 원작을 가져다 적절한 번안으로 동시대 관객들의 공감과 감정을 이끌어낸 작지만 탄탄한 무대였다. 역시 연극의 감동은 극장의 크기에 비례하는 게 아닌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