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은평구에서 10년 넘게 헌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저자가 헌책을 찾는 사람들의 사연을 모은 책이다. 책을 찾아주는 댓가는 의뢰인들이 책을 찾는 사연을 들려주는 것. 그렇게 모은 스물 아홉 편의 사연들이 사랑, 가족, 기담, 인생이라는 주제로 묶여있는데, 때론 감동적이고, 때론 슬프고, 때론 기괴한 절절한 이야기들이다.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하면 당일날 책을 받아볼 수 있는 이 흔한 책의 시대에, 의뢰인들이 원하는 것은 특정한 연도에 출간된 판본이다. 요즘은 새롭고 더 좋은 번역이 출간됐다는 이유로 가지고 있는 번역서를 또 사는 경우도 많다는데, 이들이 원하는 것은 오래 전 자신이 읽었던 상태 그대로의 번역인 것이다. 그들이 찾는 책들은 길게는 1960년대에 출간된 것에서 1990년대에 출간된 것까지 다양한데, 거기에 얽힌 사연들은 비슷한 시절에 경험한 나의 과거의 모습와 감정을 묘하게 불러 일으킨다. 스물 아홉 권의 책은 내가 읽은 것보다 읽지 않은 것이 더 많고, 제목마저 생소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한 편, 한 편 재미있게 읽히는 이야기들이고, 책을 덮고나면 인생에 대해 조금 더 겸손해지고, 지혜로워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