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서귀포시 성산읍에 '빛의 벙커'라는 미디어 아트 전시시설이 있음을 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서울에서도 비슷한 전시를 경험한 적 있고, 이미 충분히 유명한 고전 그림들을 너무 울궈먹는 게 아닌가해서 꼭 볼 생각은 아니었다. 더구나 제주도 섬 곳곳에 마치 섬전체가 무슨 놀이공원인 것처럼 전시, 관람시설이 빽빽히 들어차 있음을 생각하면 그 중 하나려니 해서 마뜩잖게 여겼는데, 실제로 경험해 보니 예상보다는 괜찮았다. 전시를 하는 건물이 새로 지은 게 아니라 옛 국가의 통신시설이었던 벙커를 재사용했다는 아이디어도 좋았고, 관객이 편한대로 서서, 앉아서, 혹은 걸어다니며 하는 자유로운 관람의 분위기도 좋았다. 전시가 시작되면 관람객들은 모든 벽들과 기둥들, 바닥으로 일시에 쏟아지는 빛의 향연에 눈 둘 곳을 모른 채 꼼짝없이 갇히게 된다. 파울 클레에서 시작된 그림은 르느와르, 모네, 고갱의 후기인상주의 그림과 더불어 뒤피, 샤갈 등의 그림을 포함하는데, 성능 좋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작품에 어울리는 음악들이 전시의 예술적 분위기를 한껏 느높인다. 제주 성산 근처에서 두 시간 쯤 시간이 나는 분들에게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