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보는 섬세하고도 따뜻한 시선, 그리고 누추하고 비극적일지라도 삶을 끝까지 응시하고 이에 대한 깊이있는 통찰을 보여주는 일본의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를 좋아해서 그의 거의 모든 영화를 찾아봤다. 그가 이런 저런 매체에 썼던 글을 모아 출간한 첫에세이집을 진작부터 사놓았다가 이제야 읽었다. 일곱개의 장으로 나뉘어진 책은 감독의 어린시절과 TV 다큐멘터리로 활동을 시작한 자신의 일상에 대해 조곤조곤 짧은 이야기들을 들려주는데, 그가 이후에 만든 많은 영화의 장면 하나 하나에 어린 시절의 작은 경험들이 녹아들어 있음을 확인하는 일은 흥미로웠다. 하지만 그가 단지 개인적인 삶에 대한 감회뿐만 아니라 자신이 몸담고 있는 영화계, 그를 둘러싼 시대와 국가에 대한 생각을 늘어놓는 대목에서의 목소리는 날카롭고 예리하다. 그는 현재 일본사회의 특징을 '단일한 가치관(섬나라 근성)에 무비판적으로 몸을 맡기는 경향이 강하다. 그럼으로써 마음의 평화를 얻은 듯한 착각에 빠진 것'이라 진단하고, 이를 외부에서 비평해야할 미디어와 저널리즘조차도 '내부 세상과 일체화되고 그 가치관에 영합해 마을의 외벽을 보강해버렸다'고 일갈한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라는 작품으로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을 때에도 틀에 박힌 감사와 흥분의 변을 늘어놓기보다, 영화(예술)의 국적을 자문하면서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영화는 틀림없이 세계적으로 통하는 언어다. 다양성을 바탕으로 하면서, 그 차이를 가볍게 넘겨 모두가 주민으로 연결된다는 이 풍요로움. 그 풍요로움 앞에서 현재 사는 장소는 의미를 잃는다." 책의 나머지 부분은 전쟁과 핵에 반대하는 개인주의자로서의 그의 생각와 이제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같이 영화작업을 했던 사람들에게 보내는 살뜰한 애도의 글에 할애된다. 왠지 미래의 언젠가 그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