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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작은 아씨들

by Kyuwan Kim

루이자 메이 앨콧 원작(1868)의 영화 '작은 아씨들'을 보는 김에 1994년작 영화를 찾아서 같이 보았다. 19세기 미국 매사추세츠를 배경으로 남북전쟁에 북군으로 참전하여 아버지가 없는 가정의 네 자매의 성장과 결혼에 관한 이야기다. 배우의 자질이 있지만 적극적으로 삶을 개척하지 못하는 큰 딸 멕, 이야기의 화자이자 소설가로서의 꿈을 이루어가는 둘째 딸 조, 피아노에 재능이 있지만 성홍열에 걸려 요절하는 셋째 딸 베쓰, 미술에 관심을 보여 유럽으로 건너가 꿈을 성취해가는 막내 딸 에이미 ... 때로는 서로 샘내고 다투지만 곧 화해하고 서로 의지하며 돕는 자매애,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도 이웃의 더 가난한 사람을 거둘줄 아는 자비심, 때 이른 가족의 죽음과 상처 등 네 자매의 성장과 결혼의 이야기가 이름다운 미국 동부의 자연 속에서 펼쳐지는데, 그 주제의 보편성으로 여러 에피소드들이 잔잔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전작보다 상영시간이 더 길어지기도 했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거의 모든 경제활동의 문이 여성에게는 닫혀있었던 당시 시대분위기 속에서의 독립적인 여성의 삶, 팔리는 소설을 써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글 쓰는 자의 고민, 결혼조차도 '경제적인 거래'로 여겨지던 시대의 이상적인 결혼의 모습 등을 애써 그려낸 감독의 연출이 돋보인다. 사교계에 대한 묘사, 결혼 적령기에 이른 여성들의 갈등과 어긋난 만남 등의 주제로 보아, 미국인들은 이제 우리도 미국의 '제인 오스틴'을 가졌다고 자부심을 느끼지 않았을까? 이제는 거의 할머니가 된 메릴 스트립의 등장은 보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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