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 최대의 목적지라 할 프랑스 북서부 노르망디 지역의 몽생미셸을 방문했다. 몽생미셸은 708년 꿈에서 만난 대천사 미카엘의 지시로 오베르대주교가 수도원 건설을 시작한 이래 끊임없는 개축과 증축으로 오늘날의 모습에 이르른 화강암 암반위의 수도원이다. 조수간만의 차가 큰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수도원은 육지와 연결되었다가도 대만조 때는 순식간에 섬으로 변해, 역사적으로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성직자들의 수도원으로, 영국과의 100년전쟁 때는 군사요새로, 프랑스 대혁명기에는 감옥으로 사용되면서 천년을 넘는 프랑스 역사를 지켜봐온 역사적 건물이다. 내게는 사춘기 시절 봤던 영화의 배경으로 기억 깊숙한 곳에 남아 있던 곳. 버스가 바닷가를 향해 달리던 한 순간, 끝없어 보이는 지평선에 순식간에 마술처럼 등장한 엄청난 크기의 돌산은 첫모습부터 압도적이었다. 수도원 안으로 들어가면 작은 호텔, 가게, 식당을 비롯한 생활인들의 공간이 먼저 관람객을 맞이하는데 원형을 살린 고풍스런 가게들은 나름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무수한 돌계단과 돌기둥들은 관람객들을 엄숙한 종교의 세계로 인도한다. 이름난 관광지가 된 지금도 이곳에는사제와 수녀들이 실제로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붐비는 시간을 피해 문을 열자마자 방문했음에도, 코로나 이후 폭발하는 전세계에서 온 관람객들로 인해 이미 작은 수도원은 인산인해... 애초에 기대했던 고즈넉하고 성스러운 분위기는 느끼지 못했지만 수도원을 오르면서, 또 정상에서 내려다본 풍광은 명불허전이었다. 수도원을 내려오는 길에 지구가 감당하기에는 이미 너무나 많은 인간들이 살아가고 있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