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순례...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책방이 있을 것 같지 않은 대로 변에 투박한 간판. 쌓여있는 책사이로 나 있는 삐그덕거리는 나무계단을 올라가니, 가지런히 정리된 헌책들 사이로 40 쯤 되었을까 싶은 책방 주인이 혼자 가게를 지키고 앉아 있다. '헌책만 팔아서 책방 운영이 되세요?' 하고 물어보니 뜻밖에 '네, 충분합니다!''라는 힘찬 답변이 돌아온다. 서가에는 괜찮은 상태로 손질된 헌책들이 빼곡이 들어차 있는데, 7~80년대 많이 읽히던 철학, 문학, 문예이론, 사회학 서적에서 김승옥, 셜록홈즈 전집에 이르기까지 만만치 않은 제목과 저자의 것들이다. 알고보니 주인은 어린시절부터 문자와 책을 너무나 사랑해서 다니던 IT회사를 그만두었고, 10여 권의 책을 출간한 작가라고 한다. 자신의 이야기가 소개된 에세이집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이 책방에 비치되어 있었는데, 책을 읽다가 그의 신작 서적 한 권을 사들고 나왔다. 그 흔한 커피도 팔지 않는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구석구석 둘러보면, 아득한 세월의 냄새와 더불어 기분이 좋아지는 책방이다. 은평구청 근처에 갈 일이 있으면 꼭 들러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