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 상회의 집사들

by Kyuwan Kim

(책) 오로라 상회의 집사들.... 고단한 시대를 건너가는 가난한 청춘들의 초상. 지날 달 있었던 삼청동 봄밤의 감흥으로, 그날 만났던 작가의 소설을 찾아 읽었다. 이 책은 재개발로 인해 퇴거가 임박한 강남의 한 아파트에 세 명의 청춘과 한 명의 50대 아재가 동거하게 되면서 벌어진 몇 달 동안의 이야기다. 그들은 유로라는 고양이 한 마리를 기르고 있고 그들이 사는 아파트의 이름은 오로라 아파트, 아파트 근처에는 (실제로는 글자 일부가 떨어져 나가 으르라로 쓰여진) 오로라 상회라는 가게가 있다. 민용은 실업급여를 받아가며 비규정규직 일자리를 전전하는 32세의 청년이다. 그 중 형편이 나은 연후는 집을 나와 공시를 준비하는 28세의 청년, 다단계 회사에 근무했던 안좋은 기억을 가지고 당구장,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며 살아가는 저커는 휴학생이다. 여기에 팝음악에 조예가 깊고, 사우나를 전전하며 살던 50대의 퇴직한 아재 이안이 합류하게 된다. 파격적인 이야기 전개나 자극적인 반전은 없지만 이 네 사람이 만들어 가는 이야기는 동시대 우리들의 삶의 풍경을 잔잔히 되돌아보게 한다. 이안과 세 사람의 청년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협력 또는 긴장의 상황을 통해 바람직한 세대간의 공존의 모습을 상상할 수도 있었다. 출구 없이 꽉 막힌 시대의 모습마냥, 소설의 결말은 엉켰던 각자의 실타래가 모두 풀리는 (인위적으로) 시원스런 모습은 아니지만, 일상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평소 늘 꿈꾸던 중국대륙 횡단 자전거 여행을 떠나는 저커의 마지막 모습처럼, 모두 조금은 각자의 꿈을 향해 성장하고 있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읽는 동안 자주 마음이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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