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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uwan Kim Aug 11. 2023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

계획했던 올여름 마지막 짧은 여행을, 요란한 태풍으로 인해 포기하고, 문득 떠오르는 제목이 있어서, 좋아하는 고레에다 히로가즈 감독의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를 넷플릭스에서 다시 찾아 보았다. 분명 극장에서 봤던 영화인데 아련한 이미지만 남아있고 구체적인 이야기의 흐름과 대사들이 너무나 새로워서 놀랐다. 소설을 쓰고 싶지만, 현재는 흥신소에서 남의 사생활이나 캐고, 약점을 잡아 돈을 뜯어내는 찌질한 삶을 살아가는 이혼한 가장이 태풍이 부는 어느 날 밤 전부인, 아들과 어머니 집에서 뜻하지 않게 하룻밤을 보내며 벌어지는 이야기. 그 사이 작고한 어머니역의 배우 키키 기린이 풍기는 애잔한 그리움과 더불어,  줄거리를 다 알고 보면서도 이 감독이 연출하는 영화의 장면과 대사에는 묘한 치유력같은 게 있다. 거기에 다른 듯 하지만 비슷한 점이 더 많은, 가족을 대하는 한일간의 문화를 세밀히 들여다보는 재미까지. 이미 본 이 감독의 다른 영화들도 하나하나 더 찾아봐야지. 이미 많이 보셨겠지만, 어지러운 세상 속, 뭔가 세심한 위로나 치유가 필요한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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