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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uwan Kim Sep 04. 2023

연극

스켈레톤 크루

오래 전 디트로이트시를 당일치기로 방문한 적이 있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중심으로 유명한 도시의 명성을 익히 들어온 터라, 한 번은 두눈으로 직접 보고 싶은 마음에서였는데, 차 안에서 스쳐지나가며 눈에 들어온 도시의 풍경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미국의 대도시라고는 믿기지 않는 버려진 건물과 그 황폐함 사이사이에 허름한 차림의 노숙인들... 차마 차에서 내리기 겁이 나서 그냥 차 안에서 몇 시간 둘러보고는 도시를 서둘러 빠져나왔다. 이 연극은 그로부터도 10여년이 지난 2008년 세계 경제 침체로 파산을 선언하기 직전의 이 도시의 풍경을 네 명의 자동차 공장 노동자의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29년 째 공장에서 일해왔고 암을 앓고 있지만 꼿꼿한 자존심의 성소수자 페이, 현장 노동자 출신으로 말단 관리직을 맡고 있는 레지, 노동자로서의 자긍심이 큰 임산부 샤니타, 돈을 모아 언젠가 자신의 사업을 운영하고자 하는 데즈가 그 주인공. 연극은 장면 전환 없이 그들이 쉬는 휴게실을 배경으로 전개되는데, 이미 공장이 조만간 폐업하리라는 소문이 회사에 돌고 있고, 밤이 되면 돈이 되는 공장 설비들이 누군가에게 연일 뜯겨져 나가는 상황이다. 크게 극적인 사건은 없지만 침몰하는 난파선 같은 당시의 분위기와 그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꼼꼼하게 기록한 모습은 단지 과거 미국의 경험으로만 보이지는 않았다. 이야기의 흐름이 자연스럽다 했는데, 많은 부분 작가가 직접 그 지역에서 경험한 것들을 풀어 썼다고 하고, 무엇보다 부상의 와중에도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페이역 강애심배우를 비롯, 네 명의 등장 인물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살아 있었다. 대학로에서 더 많은 관객들을 만나면 좋겠다. 스켈리톤 크루는 가장 최후의 순간까지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남는 직원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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