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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uwan Kim Oct 20. 2023

디어 마이 송골매

38년이란 세월은 사람이든 세상이든 본래의 모습을 찾을 수 없을 만큼 바꾸어 놓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이 책은 고등학교 시절 함께 열광했던 '그룹사운드' 송골매의 재결합 공연을 38년만에 함께 구경하는 여성 네명의 백일간의 이야기이다. 중산층 전업주부 미호, 밴드에서 베이스 기타를 치는 아들을 가지고 있고 식당에서 일하는 홍희, IT업계에서 일하다 건강을 해친 은수, 열살 차이 나는 고등학교 은사와 결혼한 기민이 그 주인공. 서로 처해 있는 상황도 다르고 껄끄러운 일로 오랫동안 소원했던 적도 있었지만 38년 전의 그 열정으로 넷은 다시 뭉치는데... 자극적인 스토리 전개나 놀라운 반전, 뜻하지 않은 죽음 등은 나오지 않지만, 실명으로 등장하는 배철수, 구창모, 이봉환과 더불어 38년이라는 시간의 무게를 견딘 네 여성 각자의 이야기가 잊고 있었던 지난 시대의 어떤 풍경을 소환하며 동시대를 살아온 독자들에게 잔잔한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작가 박완서는 소설은 무엇보다 재미있어야 한다고 하셨다는데,  그 가르침에 충실한 소설이다. 문득 이제는 빛바랜 학창시절 나의 덕질의 기억도 떠올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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