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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uwan Kim Nov 10. 2023

뮤지컬

시스터즈 (She Stars)

블랙핑크, 진스, 아이브는 어디에서 혜성처럼 나타났을까? 이 뮤지컬은 오늘날의 K-pop을 예고한  193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한국을 대표했던 걸그룹의 역사를 탐색한다. 너무 먼 과거처럼 느껴지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곡들은 우리 귀에 낯설지 않은 친근한 선율들이다. 이런 맥락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여섯 개의 걸그룹이 무대위로 생생하게 소환된다. 일제강점기의 저고리시스터(!), 김시스터즈, 이시스터즈, 윤복희의 코리안 키튼즈, 바니걸즈, 인순이의 희자매가 그 주인공들인데 가히 뮤지컬로 재현한 한국의 대중문화사라 할 만 하다. 브로드웨이 쇼뮤지컬에서 많이 보았던 화려한 무대미술, 빠른 스토리 전개, 당대에는 최고로 세련됐을 춤과 노래를 화려하게 재연하면서도 배경의 영상과 의상, 소품을 통해 춥고 배고팠던 시절의 한국적인 시대배경(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월남전, 유신시대 등)에도 소홀하지 않다. 그래서 신나는 음악과 춤을 보면서도 마음 한구석은 짠하게 저려온다. (이들의 실제 이름은 명자, 미자, 숙자, 민자, 미선!) 개인적으로는 유투브로 본 적 있는 윤복희의 월남전 위문 공연을 재현한 무대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극의 뒷부분이 다소 이야기가 느슨해진 감이 있고, 70년대의 펄시스터즈가 그저 배경음악으로 처리된 아쉬움은 있었지만 '빨래', '여신님이 보고계셔'를 잇는 창작 뮤지컬의 큰 수확으로 느껴졌다. 거기다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 연기면 연기를 자유자재로 소화하며 모든 걸그룹 역할을 연기한 6명의 여배우들의 역량은 제대로 월드 클래스!! 곧 끝나지만 분명 다시 돌아올 무대를 놓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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