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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uwan Kim Nov 07. 2023

바다와 독약 그리고...

일본의 소설가 엔도 슈사쿠의 책을 두 권 째 읽고 있다. 먼저 읽은 소설은 '바다와 독약'이라는 1958년에 출간된 작품인데 최근에 읽은 그 어떤 책보다 울림이 컸다. 이 소설은 2차대전 말기 큐슈의 한 의대에서 행해진 미군 포로를 상대로 한 생체해부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충격적인 사전의 전말과 전개과정을 한 의사의 세밀한 내면 묘사로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소설을 읽는 동안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돌아가신 민족시인 윤동주의 모습이 겹쳐지기도 해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읽었다. 놀라운 사실은 이 이야기가 1986년 일본의 대표배우들을 통해 영화로도 만들어져 베를린영화제에서 수상까지 했다고 한다. 가톨릭 신앙을 바탕으로 한 엄정한 작가정신(그는 일본의 초기 가톨릭 포교를 소재로 한 영화 '사일런스'의 원작자이다.)에 매료되어 읽고 있는 두 번째 책은 '사해 부근에서'... 책을 읽는 동안 소설가 박완서선생님이 돌아가시기 1년 전에 출간하신 에세이에 이 작품에 대한 언급이 있다고 해서 찾아보았다. 책을 읽으면서 절대로 밑줄을 긋지 않는 독서 습관을 가진 그녀가  엔도 슈사쿠의 '사해 부근에서'의 어느 귀절에 그은 밑줄을 발견하게 되면서 떠오른 노년의 상념과 삶의 위로에 대한 통찰력 넘치는 짧은 글이었다. 이미 작고하신 작가가 소환한 또 다른 작고한 작가의 글을 읽으며, 마치 책 속에서 아득하게 길을 잃은 느낌... 책을 읽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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