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반변성을 앓는 어머니는 나날이 눈이 어두워가시는데다 얼마전부터는 치매끼도 있으시다. 그래서 구립 치매센터에서 치매 검사를 받고, 진단을 받아 평일 하루 세 시간 씩 요양보호사가 집을 방문한다. 보호사가 평일날 간단한 청소를 하고 끼니를 챙겨드리는 것만으로도 가족에게는 큰 도움과 위안이 된다. 하지만 어머니 혼자서 옷을 챙겨 입고 살림을 돌보는 일은 여전히 하루하루가 힘겹고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해서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어머니댁 옷장 정리를 하러 갔다가 돌아가신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아버지의 오래된 맞춤코트를 발견했다. 사업을 하시면서 나름 멋쟁이셨던 아버지의 너무나도 멀쩡한 캐시미어코트! 소매길이만 조금 내면 지금 입고 나가도 손색이 없을... 잘 입을게요, 아버지. 그곳에서 늘 평안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