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yuwan Kim Nov 22. 2023

연극

낮은 칼바람

연극의 매력 중의 하나는 조명이 꺼지면서 간단한 무대설정과 소품만으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시공간으로 관객들을 데려간다는 데 있을 것이다. 이 연극은 관객들을 순식간에 마적과 도박꾼, 일본의 밀정, 독립군, 협객들이 등장하고, 들짐승들이 우글거리는 칼바람 부는 1931년의 만주벌판으로 안내한다. 그곳의 한 객잔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통해 중국인들과 일본인들에 치이며 나라 잃은지 20년이 넘은 조선인 민초들의 서글픈 실존의 모습을 강렬하게 드러내는데... 이야기가 너무 사실적이고 밀도있어서 놀랐는데, 극작가의 외조부의 실제 이야기와 만주사변을 야기한 '나카무라 신타로'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관록있는 배우들과 젊은 배우들의 열연과 더불어 최근에 본 창작극 중에 단연 빼어난 수작이다. 11/26일까지 여행자극장

작가의 이전글 일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