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yuwan Kim Nov 26. 2023

연극

웡이자랑

(연극) 웡이자랑... 이 연극은 제주도 4.3사건의 시공간으로 관객들을 데려간다. 1947년 관덕정에서 열린 3.1운동 기념식을 준비하는 풍경에서 시작해서 1949년에 이르기까지, 제주 중산간의 물터진골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이야기가 마을사람들 중심으로 펼쳐진다. 사건을 다큐적으로 나열하기보다는 정확한 일시를 자막으로 보여주고 당시에 일어난 몇 사건들이 강렬하게 무대에서 재현되는데, 많은 부분들은 생략되거나 절제되어 조명과 무대효과로 처리됨에도 불구하고 이것만으로도 사건의 엄청난 규모와 비극성을 드러내기에 모자라지 않게 느껴졌다.  일제치하에서도 서로 돕고 협력했던 마을사람들은 일제에서 해방된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서로를 '빨갱이'라고 손가락질하고 경계하는 남보다 못한 관계로 변하고 이는 남한의 단독총선거, 건국일정과 밀접하게 맞물려있었다. 제주도 지방의 자장가라는 극의 제목과 더불어 백색의 광목천을 주조로 만들어진 단촐하지만 정갈한 무대는 비명에 가신 원혼들에 대한 위로와 진혼의 의미가 있었을것이다.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사건의 비극적 진실에 부분적으로나마 다가가려는 훌륭한 연극적 시도였다. 그런데 모든 배우들은 언제 그렇게 제주 사투리를 배웠을까?

이번 공연을 놓치신 분들은 재공연 때 관람을 강추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연극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