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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uwan Kim Nov 30. 2023

깊은강

‘바다와 독약’에 이어서 엔도 슈사쿠(1923~1996)의 ‘깊은 강’을 읽었다. 그가 70세에 생의 마지막으로 쓴 작품(1993)이라는 데, 종교에 대한 관심을 작품의 기저에 깔고 있으면서도, 세상과 역사에 대한 고민을 드러낸 깊이있는 작품이어서 끝까지 흥미를 잃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소설에는 삶으로부터 혹은 역사로부터 상처입은 사람들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암으로 (사랑하는지 몰랐지만) 사랑했던 아내를 잃은 이소베. 아내는 죽기전에 마지막으로 자신이 환생하리라는 묘한 말을 남긴다. 이소베 아내의 병실에서 자원봉사를 했던 미쓰코 나루세. 불문학을 전공한 그녀는 이혼녀이며, 대학시절, 지나치게 진지하고 종교에 몰입해 있던 학과의 ‘피에로’ 오쓰를 유혹한 과거를 지니고 있다. 일제치하의 다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사랑으로 키누던 구관조의 죽음을 경험한 동화작가 누마다, 2차대전 때 황군으로 미얀마 전선에 투입돼 전쟁의 극한상황을 체험한 기구치, 질병과 굶주림에 시달리던 전쟁 막바지 그에게는 죽어가는 동료병사의 인육을 전우와 나누어 먹은 깊은 정신적 상처를 가지고 있다. 가톨릭 사제가 되기 위해 프랑스로 건너가지만 자신의 범신론적인 종교관으로 사제의 길을 포기하고, 결국 인도로 넘어와 죽어가는 빈자들을 돌보게 되는 미쓰코의 대학 동창 오쓰, 여행 내내 자신의 세계 밖으로는 나오려하지 않는 철없는 사진작가 산조부부... 이들 모두는 인도로 가는 단체여행에서 만나게 되는 데 이들의 가이드는 4년간 인도에서 인도철학을 공부한 지적인 여성 에나미이다. 이들의 여행은 각자의 상처를 보듬는 치유의 여행이자 복잡한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여행일 것이다. 마침내 그들은 부자이건 빈자이건 죽음도 삶의 일부가 되고, 몸을 담그면 모든 죄가 씻기며, 시신의 재를 흘려보내면 윤회로부터 해방된다는 갠지스강을 눈으로 보고, 일부는 그 회색빛 물에 몸을 담그는데, 소설의 말미에서 오쓰는 위독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종교든 이념이든 그 모든 갈등과 전쟁이 끝난 뒤에도, 또다시 전쟁으로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 위로가 되는 독서경험이었다.

나가사키에 있다는 작가의 문학관에는 다음과 같은 비가 서 있다고 한다.


人間がこんなに哀しいのに,主よ,海があまりに碧いのです。

인간이 이렇게도 슬픈데, 주여, 바다가 너무나 푸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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