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그때, 변홍례... 이미 상도 받았고 해외에까지 몇 차례 소개된 연극을 이제야 보았다. 1931년 7월 31일자 동아일보에 실렸던, 부산의 한 가정집에서 일어난 하녀 살인사건에 관한 기사 한 꼭지를 가지고 60분의 코믹한 연극을 만들었는데, 마치 당대에 유행했던 한 편의 무성영화를 실사로 본 듯한 느낌이다. 변사가 등장하고, 과장된 백색 분장을 한 배우들은 무성영화에서처럼 입만 벙긋거리는가 하면, 공연 도중 객석에 가져온 술을 마시도록 권하고, 배추, 글라스, 구두, 페트병 등 온갖 사물들을 이용하여 재기 넘치는 음향효과들을 현장에서 만들어낸다. 그저 창고처럼 평범한 지하공간이 멋진 문화현장으로 탈바꿈한 마술같은 경험이었다. 새롭고, 특색있고, 재미있는 연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