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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uwan Kim Feb 25. 2024

그리고 봄

남북이 갈리고, 세대가 갈리고, 성별이 갈리고, 계층이 갈라져 세상은 평온할 날이 없다. 그리고 이런 갈라진 세상은 한 가정에도 그 그늘을 드리울 수 밖에 없을 터인데, 이 소설에서 작가는 세상의 축도로서 네 명의 가족구성원을 사계절별로 하나씩 그리고 있다. 한 때는 일과 육아 사이에서 고군분투했던 워킹맘이었지만 이제는 퇴직한 영화잡지 기자출신 엄마 정희, 똑소리 나는 페미니스트로 어느날 외국인 여성과의 결혼을 부모 앞에서 폭탄선언하지만 결국 파트너와 함께 독일로 떠나게 되는 딸 하민,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가출하여 음악을 하겠다고 버티다가 결국은 집으로 돌아와 취직하는 '이대남'아들 동민, 진보적 지식인을 자처하며 이제는 686세대가 된 전직 사회학과 교수이자 책을 쓰는 아버지 영한이 그 주인공들. 작가가 책의 말미에 '2022년 4월부터 1년'을 다뤘다고 밝히고 있듯이, 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명과 지명, 상호명은 실명이고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설득력있게 그려져 소설은 마치 동시대의 이웃가정 이야기처럼 생생하게 읽힌다. '내 일상이 정치의 그늘에 있는데 그것을 피할 방법이 없다는' 작가의 세계와 현실에 대한 예리한 인식은 날카롭게 깨어있고, 그려진 청년세대 문화의 모습은 작가가 달라진 세태를 따라잡기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지 가히 짐작할 수 있을 만큼 세부적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각 가족 구성원의 목소리로 작가는 우리사회의 다양한 이슈를 강렬하게 문제제기하고, 인물 마다 희미한 희망의 가닥을 포기하지 않은 상태로 책의 결말을 열어놓았다. 독자들은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복잡한 정치현실과 달라진 세상에 대한 각자의 구상과 해법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봄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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