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상에 좋은 평들이 이어져서 기대하고 봤는데 역시나 명불허전... 이 연극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배경으로 최척집안의 30여년에 걸친 이산과 재회의 이야기를 150분 동안 감동적으로 들려준다. 17세기에 이미 조선, 중국, 일본, 베트남을 넘나드는 이야기의 스케일도 그렇고, 이야기 구성도 놀랍도록 정교한 조선의 오딧세이아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단 이 작품의 모험은 최척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아내 옥영의 것이기도 하고, 아들, 며느리의 것이기도 하다. 그 숱한 기구한 우연의 연속 끝에 아들과 딸은 아버지를, 남편은 아내를 만나며 행복하게 연극은 마무리된다. 고전소설을 각색하면서 힘을 빼고 최대한 동시대 관객의 눈높이에 맞춘 노력도 좋았고, 대배우 이호재선생님을 비롯해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배우들의 앙상블, 가끔씩 간결한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키는 정갈한 무대, 무대에 꼭 들어맞는 국악기들의 라이브 연주도 좋았다. 게다가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끝까지 주어진 삶을 이어나가야한다는 '괜찮아 정신'이라는 메시지까지... 익숙치 않은 고소설이라 생각했는데 이미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소개되어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