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또는 세계문학을 읽어보려고 해도 다른 시대, 다른 지역에서 다른 언어로 쓰여진 그 많은 작품들이 지금 오늘의 나와 무슨 연관이 있나 싶어, 의욕적인 첫출발에도 불구하고 도중에 읽기를 포기한 막막한 경험이 누구나 한 번 쯤 있을 것이다. 그런 막막함을 함께 해결해 보고자 온오프라인에서 독서모임을 15년 째 이끌어 오고 있는 저자가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책읽기에 관한 책을 썼다. 사실 나는 몇 년 째 이 독서모임을 함께 해오고 있는데, 매번 모임의 막바지에 그는 소위 '발제문'이라는 걸 준비해서 참가자들의 책 이해에 도움을 준다. 그런데 이 발제문의 수준이 왠만한 평론가의 글에 밑가지않는 고급진 것이어서 나는 늘 한 번 읽고 버리기엔 아깝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동안의 발제문을 발췌, 정리한 내용이려니 하고 책을 펼쳤는데, 이건 일반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완전히 새로 쓰여진 글들이어서 깜짝 놀랐다. 책은 영미권 작가에서 시작하여 스페인, 러시아, 독일, 일본 작가를 아우르며 읽는 용기, 읽는 힘, 읽는 습관, 읽는 행복 네 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섬세하고 균형잡힌 시각을 가진 저자의 친절한 안내로 한 작품 씩 읽어가다 보니 주말 동안 책 한 권을 다 읽을 수 있었다! 번역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우리 세계문학 읽기의 현실에서 다양한 판본을 원문과 비교해서 정교하게 읽어내려는 저자의 노력은 놀랍기도 하면서 한편으로 큰 신뢰감을 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흔히 '뜻대로 하세요'로 번역되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As You Like It'은 '당신 좋으실 대로', '좋을대로 하시든지' 등의 번역과 비교하다가 저자는 비꼬는 뉘앙스가 살아있는 세번 째 것의 손을 들어준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중국과 튀르키에, 북유럽, 남미지역을 아우르는 '막막한 독서2'의 출간도 기대해 본다. 고전읽기의 어려움을 한 번이라도 느껴본 독자라면 이 책과 더불어 새로운 시도를 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