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콰이강의 다리 위에 조선인이 있었네'라는 책을 인상적으로 읽었는데 이 연극은 마치 그 책에 화답하는 거 같은 작품이다. 외할아버지가 남기신 육필원고를 책으로 출간간 한 젊은이의 북토크로 시작한 연극은 외할아버지 1923년생 최형우의 일생을 무대에 펼쳐 보인다. 남원 출신으로 고보를 졸업한 최형우는 서울로 올라가 대학진학을 꿈꾸지만 일제가 확장한 전쟁의 와중에 아버지의 권유로 동남아전선의 포로 감시원에 지원한다. 약속된 2년을 넘어 3년을 근무한 그는 일제가 패망하면서 졸지에 전범으로 몰려 인도네시아의 전범재판정에 서게 되는데... 나라 잃은 약소 국가의 백성이라고는 해도 20대 청년의 어깨에 내린 역사의 무게가 너무나도 가혹해서 객석은 시종 무겁고 착찹했다. 무대는 큰 스케일의 사실적인 무대장치를 설치하기보다는 미니어쳐를 이용한 배경을 스크린에 송출하는 방식으로 큰 무대를 채웠고, 방대한 등장인물도 배우들이 나누어 맡는 방식을 택했다. 이 참에 원작 소설을 읽어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