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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by Kyuwan Kim

그림을 보고, 그림에 관한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는 데는 묘한 치유력이 있다. 한 20대 뉴욕의 청년이 사랑하는 형을 병으로 잃었다. 그의 형은 생물수학 분야의 박사논문을 쓰던 사람이었다. 죽어가는 형의 방에서 그는 침대 머리맡에 형이 좋아해서 붙여놓은 라파엘로의 '검은 방울새의 성모'라는 그림이 당시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과 너무도 닮아있음을 느낀다. 그렇게 형을 떠나보낸 그는 잘 나가던 뉴욕의 잡지사일을 그만두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으로 취직한다. 그리고 그는 10년 동안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은 다 모여있는 미술관을 지키며 '시간 말고는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동료'들과 시간을 보낸다. 때로는 전세계에서 몰려든 수많은 관광객들 틈에서, 때로는 텅 빈 미술관에서 담당구역을 옮겨다니며 그는 무슨 생각을 하며 그 긴 시간을 견뎠을까? 그리고 그는 그 10년의 기간을 책으로 써냈고 그 책은 한국어로도 번역되어 '나는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All the beauty in the world)'라는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된다. 어제 그 북토크에 다녀왔다. 저자는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작품들을 화면으로 띄우며 자신의 이야기와 그림이야기들을 진솔하게 풀어갔다. 어쩌면 그 진솔함이 미술평론가도, 큐레이터도, 교수도 아닌, 미술관 경비원이라는 한 개인의 글에 수십만명의 독자들이 공감한 포인트였는지도 모르겠다. 책이란 참 묘한 물건이다. 이 작은 물건이 뭐라고 언어를 초월하여, 수천마일의 지리적 거리를 초월하여 사람들을 만나게하고 모이게 만드니 말이다. 그의 이 이야기는 1인극으로 만들어져 올해 5월에 오프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려질 예정이라고 한다. 저자가 바로 1인극의 배우(경비원)가 되고 관객들은 미술관을 방문한 관람객들이 되는 설정이라고...

(사족) 강연 전후에 화장실에서 저자를 일대일로 두번 마주치는 재미있는 경험을 했는데 그 때 그에게 뉴욕공연이 끝나면 꼭 한국공연도 오시라고 제안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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