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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앙투아네트 - 베르사유의 장미

by Kyuwan Kim

독서 모임에서 마리 앙투아네트의 전기를 읽었다. 전기작가로 유명한 슈테판 츠바이크가 쓴 책이라는데 두꺼운 번역서라 읽기 쉽지않으리라는 선입견과 달리, 재미있고 속도감 있게 읽혔서 놀랐다. 프랑스혁명이라는 세계사적인 대혼란의 와중에 그녀의 내면으로 긴 여행을 하고난 느낌이랄까? 유럽의 어머니라는 빈 합스부르크 왕가 마리아 테레지아의 막내딸로 태어나서 프랑스 부르봉왕가의 황태자비가 되고, 왕비가 되어 38세라는 젊은 나이에 단두대에서 사라지기까지의 여정... 그 여정은 '놀기만 하면서 자랐고, 산만하고, 제멋대로이고, 말괄량이'였던 한 소녀가 사랑에 눈뜨고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한 인간의 전기라고 보기에는 전 유럽의 역사, 외교사가 맞물려있는 방대한 이야기인데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공화국이라는 정치체체를 얻기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싸우고 피흘렸는지를 새삼 알게해 준 독서였다. 정치적 격변기가 그렇듯이 다양한 형태의 이중스파이나 기회주의자들의 모습도 그려져있는데, 거기에는 나폴레옹 대관식 그림으로 유명한 루이 다비드도 포함되어 있어 놀랐다. 한 가지 들었던 의문. 근대적인 시민계층이 역사의 전면에 떠오르던 이런 대혼란기에 우리가 잘 아는 서양고전음악의 대표적인 작곡가들이 어떻게 그렇게 폭발적으로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일까? 늘 알듯말듯 했던 '로코코'라는 개념을 정리할 수 있었던 기회이기도 했고, 시국이 시국인지라 당시 왕이 행사했던 '거부권'이란 단어도 심상치 않은 무게로 와 닿았다. 그리고 기억에 남는 이런 문장...

'불행 속에서 비로소 사람들은 자기가 누구인지를 알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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