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 대하여
보고싶었던 영화가 OTT에 올라왔다. 이 영화는 오래된 단독주택에 세를 놓고 살면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혼자 사는 어머니와 대학강사이자 성소수자인 딸의 이야기다. 어머니의 이야기를 통해서는 어머니가 간병하는 노인을 통해 고령화하여 인생의 마지막을 맞는 이 시대 노인들의 돌봄이라는 주제를 보여주고, 딸의 이야기를 통해서는 요즘 젊은이들의 대학가 모습과 성소수자들의 삶을 보여주는데, 사실 두 이야기는 연관되어 있고 요양원에서 홀로 죽음을 맞는 한 노인의 쓸쓸한 모습은 어머니와 딸의 미래 모습이기도 하다. 어머니가 돌보는 노인은 자신의 이름을 건 어린이 청소년 재단을 설립할 정도로 한 때 잘 나가던 사람이었던 듯 한데, 당사자가 홀로 죽음을 맞이하면서 흐지부지 해체되는 재단의 모습과 그를 둘러싼 현실의 풍경들, 같은 집에 살게 된 딸의 동성파트너와 어머니 사이에 느껴지는 연민과 갈등의 모습은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끝까지 긴장하며 영화를 지켜보게 한다. 고령화 사회가 수반하는 돌봄노동, 존재를 인정받으려는 성소수자들의 인권과 미래... 무엇 하나 쉬운 해결책을 내놓기 어려운 문제이지만 지금 이곳의 현실을 이만큼 솔직하게 드러낸 것만으로 영화는 충분히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