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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경의 빛

by Kyuwan Kim

이 책은 지나간 한 시절을 배경으로 절절하게 써내려간 어느 가족에 관한 연작소설이다. 각 단편마다 서로 다른 이름으로 등장하지만 서울의 한 산동네에서 성장한 1남4녀와 부모의 이야기가 다양한 주제로 변주되며 지난 시대와 작가의 마음의 풍경들을 드러낸다. 그 속에는 가난했던 어린시절에 대한 기억, 87년의 명동성당, 평생을 '노동 기계'로 살며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던 작고한 아버지, 힘든 환경에서도 가족을 이끌었고 가끔은 딸에게 빛이 되어 주기도 했던 엄마가 등장한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어쩔 수 없이 갈등하고 미워하기도 했지만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그 속에도 어떤 아스라한 빛이나 따스함이 있었음을 깨달아가는 이야기들이다. 너무나 진솔하게 쓰여진 한 편 한편을, 비슷한 시절을 통과해온 독자로서 책 곳곳에 밑줄을 그으며 읽었고, 나의 지난 시절에 있었을지도 모를 빛을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작가에게도 글을 쓰는 과정이 마무리 짓지 못한 추도와 치유의 시간이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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