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전공한 분들이 존경스러울 때가 있다. 한국사, 동양사, 서양사 각 지역별 또는 시대별로 자신의 전공분야가 있을텐데도 시대와 지역을 초월하여 그 분들이 가진 역사에 관한 방대한 지식이 놀라울 뿐이다. 백승종선생님은 그 중 대표적인 저자라 할 수 있을텐데, 조선시대의 정감록을 둘러싼 이야기들, 유교문화 안에서 중용의 역사나 조선의 아버지들, 혹은 선비문화에 대해 책을 쓰시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에 상속이라는 주제로 동서양과 이슬람의 문화를 비교하시는가 하면, 이번에는 세계의 도시를 통해 그 지역의 역사를 훑어보는 ‘도시로 보는 유럽사’라는 책을 쓰셨다. 런던, 파리, 로마, 프라하, 아테네, 베를린과 같은 대도시를 포함한 유럽의 크고 작은 18개 도시를 키워드로 잡고 각 도시의 역사를 개괄하는 책인데 유럽이라는 지역이 그렇듯이 그 역사는 문화사, 미술사 등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이미 유럽사에 대한 기본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유럽의 역사를 공부하는 첫 길잡이로 삼기에 좋은 책이다. 코로나 때문에 주춤하기는 하지만 매해 기록을 갈아치우며 늘어났던 해외여행객들에게도 단지 실용적인 맛집 정보, 교통 정보를 넘어서는 깊이 있는 여행안내서 역할을 하기에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각 도시 마다 그 도시를 둘러보기 위해 만난 현지의 친구와 함께, 답사기처럼 풀어내는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저자와 함께 그 지역을 둘러보는 느낌을 주어 쉽고 재미있게 글을 읽을 수 있고, 특히 세계사의 현장 구석구석을 당대 우리의 역사와 연결 짓고, 우리의 관점으로 해석해 보려는 대목들은 지금, 현재 우리의 눈으로 세상과 역사를 읽으려는 노력으로 읽혀 인상적이었다. 주로는 각도시가 안고 있는 지나간 과거, 미술사 등이 서술되고 있지만, 마지막 장인 ‘프라이부르크’에서는 도시재생과 앞으로 우리의 도시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전체를 한 번에 읽기가 부담스럽다면 자신이 가 본 도시, 방문할 도시 먼저 찾아 읽는 것도 이 책을 소화하는 한 가지 방법일 것이다. 제작 원가의 문제와 관련이 있겠지만, 좀 더 많은 그림과 사진자료들이 컬러로 들어갔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과, 내가 다루어지길 기대했던 도시들(예를 들면 더블린이나 에딘버러)이 빠져있는 게 좀 서운했지만, 유럽에서 오래 생활한 저자의 이력으로 보아 ‘도시로 보는 유럽사2’ 또는 ‘소도시로 보는 유럽사’ 등 시리즈로 계속 출간되어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