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인간
세 번째 오에 겐자부로의 책을 독서모임에서 읽었다. '읽는 인간'... 이 책은 자신의 혈관이 책과 이어져 있다고 말할 정도로 지독한 독서광이었던 저자가 자신을 만들어온 50년 동안의 독서경험을 정리한 책인데, 그가 불문과 출신임을 감안 하더라도 대부분의 책들이 영미 혹은 불어권 책들이어서 놀랐다. 1935년생으로 일본 '전후문학의 기수'라는 그가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킨 이전 세대와는 단절하고 싶은 몸부림이었을까? (일본문학사에서 전후문학이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사회가 겪은 참혹한 현실, 도덕적, 정신적 혼란, 특히 전쟁과 패전에 대한 죄의식과 자기 성찰, 인간의 존엄과 의미를 묻는 것, 그리고 파괴된 국가, 이념, 가치관 속에서 개인의 윤리를 탐색하는 것'이라고 한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오딧세이에서 시작하여 블레이크, 랭보, 엘리엇, 오든, 시몬느 베유, 예이츠, 포, 포크너, 베케트, 에드워드 사이드 등이 어지럽게 소환되어 이런 저런 책들을 뒤지고 검색하는 독서였다. 그 와중에 '아버지와 살면'의 작가 이노우에 히사시가 언급되어 반가움! 단 세권을 읽고 말하기 어려운 큰 작가여서 기회가 된다면 더 읽어 보고 싶지만, 어쨌든 엔도 슈사쿠에 이어 좋아하는 일본 작가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독서모임에 유명한 개그맨이 함께 했는데, 나의 선입견과는 다르게 그는 대단한 다독가에다가 진지하고 깊이있는 문장을 쓰는 사람이어서 놀랐다.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고... 직업이라는 일면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일의 섣부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