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토크

파라-다이스

by Kyuwan Kim

엄청난 재앙이 새로운 재앙으로 밀려나고 잊혀지는 나날들... 동일본 대지진 이후의 후쿠시마를 사진에 담아오신 사진 작가 정주하선생님의 북토크에 다녀왔다. '파라-다이스'라는 묘한 제목의 책을 내셨는데, 사진집인줄 알았던 책에는 사진에서 영감을 얻어(?) 쓰여진 두 편의 소설과 애초에 이 프로젝트의 기획자셨던 서경식선생님의 글이 같이 묶여있다. 2011년의 재앙속에서 후쿠시마에 살아남은 소들을 일본 정부는 살처분하려했다고 한다. 그런데 살아있는 생명을 죽일 수 없다는 한 목부의 선택으로 100마리가 넘는 소들은 어쩌면 방사능으로 뒤덮여 있을 환경에서 그 지역의 풀들과 사료를 먹으며 지금까지 살아 남았다. 마치 '인간의 과오를 증언하는 증언자'처럼... 책에는 작가가 흑백의 강렬한 색감으로 찍은 이 소들의 사진과 을씨년스러운, 혹은 초현실적인 지역사진들이 실려있는데, 놀랍게도 그는 매년 수십차례에 걸쳐 후쿠시마를 직접 방문해오고 있다고 하셨다. 보이지도 않고 느껴지지도 않고, 뾰족한 해결책도 없는 이 거대한 몰락의 징후 속에서 책은 예술적 상상력과 타자와의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강연 후 있었던 사인회에서 작가는 책에 '함께 해요'라는 메시지를 남겨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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