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국어의 시간

by Kyuwan Kim

광복 80주년 자체 기념연극 2탄! 극단 백수광부의 '국어의 시간'을 보고 왔다. 연극은 관객들을 1940년대 전반기 청계천 천변의 한 소학교 교실로 데려간다. 일제 말기... 조선어학회 사건이 터지고, 학교에서 한글 사용이 금지되고, 창씨개명이 강요되고, 태평양전쟁이 발발하고, 결국 일제가 항복하기까지의 역사적 과정을 배경으로 연극은 1년 단위로 교실을 보여준다. 제목의 국어는 당연히 일본어... 유창한 일본어로 당연히 일본인이라 여겼던 다수의 등장인물들이 결국은 조선인임이 하나 씩 드러나는데, 그들 중에는 처음으로 교단에 오른 신참 여교사를 비롯하여, 황군에 지원하는 남교사, 자신의 피를 모두 바꾸어서라도 일본인이 되고 싶어하는 출세한(?) 학무국장, 교감, 경찰 등의 인물이 그들이다. 전막이 한글자막을 이용한 일본어로 공연이 되는데 우리가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신산했던 한 시대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기에 적절한 시도였다고 느껴졌다. (한편 165분 동안 그 많은 일본어 대사를 외운 배우들의 극한 노력이라니...) 극작가가 일본인(오리 키요시)이어서 놀라웠고, 일본에서도 2013년에 공연되었다는데 작품에 대한 일본 관객의 반응도 궁금해졌다.

3.1절이나 광복절 즈음에 정기적인 레파토리로 공연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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