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분홍나비 프로젝트

by Kyuwan Kim

광복 80주년을 맞이해서 이런 저런 공연들이 올라가고 있다. 그 중에서 연극 '분홍나비 프로젝트'를 관람했다. 네 명의 남자를 살해한 한 탈북여성을 여성검사가 취조하면서 시작한 연극은 스스로를 잊혀진 여성 독립운동가의 환생이라고 주장하는 용의자에 의해 청산되지 못한 우리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하나 씩 소환하는데... 간도특설대, 충칭임시정부, 반민특위해산 등 중요한 역사의 흐름을 짚으면서도 연극적 재미를 잃지 않아 무대는 끝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친일의 흔적이 우리 일상에 얼마나 가까이 스며있는지, 우리의 현재가 어떻게 과거와 섬세하게 이어져 있는지를 연극은 섬뜩하게 깨우쳐 주는데 특히 분홍나비 프로젝트의 발대식 장면은 아주 강렬한 것이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최근의 현실을 반영한 것일 수도 있지만) 프로젝트 참가자가 모두 여성이라는 점이었다. 잘못된 역사 바로잡는데 남녀가 어디있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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