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화전가

by Kyuwan Kim

창단 70주년을 맞은 국립극단이 배삼식작가의 창작신작 '화전가'를 무대에 올렸다. 일제에서 해방되었지만 나라는 두동강 나, 둘 사이에 불길한 전운이 감돌고, 이념갈등에 요인암살 등으로 뒤숭숭한 1950년 4월이라는 한국현대사의 의미심장한 시점을 배경으로 남자들이 떠난 안동의 집에 모인 9명의 여자들의 이틀간의 일상의 이야기이다. 독립운동을 위해 남편 따라 간도로 이주했다 돌아온 어머니의 환갑을 맞아 세 딸과 두 며느리, 행랑 어멈과 그녀가 거두어 키운 딸, 고모가 그 주인공인데 이들 각자의 사연에는 기구한 한국현대사의 신산함이 속속들이 배어 있다. 프로그램에서 잘 묘사한 대로 이들은 '큰 일 한다고 호기롭게 나섰으나 자기 자리로 돌아오지 못한 남자들의 자리를 지키며 단단하게 일상을 버텨낸 여인들'인 것이다. 혼돈의 역사 속에서도 존재했던 보석같은 일상의 순간들은 슬프도록 아름다웠다. 알아듣기 다소 어려움이 있었지만 개성 넘치는 배우들이 어렵게 되살려낸 안동지역의 사투리, 절제된 조명과 음향, 무대미술 등은 한 순간 한국적인 미감이 이런 것일 수 있겠다는 느낌을 시청각적으로 경험하게 했다. 무대의 시작과 끝을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로 장식한 것은 이런 이야기가 인간의 세상에서 어디서나 존재한다는 보편성을 강조하기 위한 의미였을까? 우리의 역사와 이야기, 정서, 언어, 문화를 우리 연극무대에 올리는 일의 의미와 재미를 동시에 깨닫게 해준 좋은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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