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안트로폴리스 1 프롤로그/디오니소스

by Kyuwan Kim

국립극단이 5편의 시리즈로 무대에 올리는 연작의 첫 편, ‘안트로폴리스 I 프롤로그/디오니소스’를 보고 왔는데 그 여운이 가시질 않는다. 에우리피데스 원작을 독일의 극작가가 각색한 작품인데 1부와 2부로 나뉘어 185분 동안 공연되었다. 무대에 분장실이 노출된 1부에서는 다수의 배우들이 테베와 연관된 다양한 키워드를 읊으며 마치 현대의 부조리극처럼 진행되어 한순간 어리둥절했다. 2부에서는 본격적으로 디오니소니의 서사가 소개되는데, 테베를 건국한 카드모스의 딸 세멜레와 제우스 사이에서 태어난 디오니소스는 카드모스의 또다른 딸 아가우에의 아들이자 테베의 젊은 왕인 펜테우스와 대립한다. 그는 디오니소스가 신의 아들임을 의심하고 신에 대해 불경스런 생각을 하게 되고 이는 엄청난 피의 비극을 불러들이는데... 산만한 듯한 1부에서 시작하여 에너지를 쌓아 나가다가 클라이맥스에서 폭발적으로 분출시키는 연출의 힘이 일품이다. 디오니소스 하면 춤과 음악과 포도주와 축제 등 즐거운 향연과 관련된 신인줄 알았는데 이런 비극적인 서사가 배경에 숨어있을 줄이야... 어쩌면 그리스 사람들은 이런 연극을 보면서 신에 대한 경외감과 겸손을 배웠을까? 5부작의 남은 작품들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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